
AI 이야기는 요즘 어디서나 들리지만, 기업의 방향이 정말 바뀌는 순간은 말보다 움직임에서 먼저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눈에 들어온 뉴스는 LG 구광모 회장의 실리콘밸리 방문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기업 총수의 출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보면 LG가 AI를 어디에 먼저 붙이려는지 윤곽이 꽤 또렷하게 보입니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구광모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그리고 디팍 파탁·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를 차례로 만났습니다. LG 설명에 따르면 이번 일정은 AI 사업화 방향과 피지컬 AI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빠르게 성과를 내겠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먼저 봐야 할 장면은 팔란티어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구 회장은 팔란티어 경영진과 온톨로지, AI 기반 의사결정 체계, 그리고 실제 혁신 사례를 논의했습니다. 온톨로지는 흩어진 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수준을 넘어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판단에 쓰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하면 “데이터는 많은데 일이 느린 회사”를 “데이터가 실제 결정으로 이어지는 회사”로 바꾸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 대기업의 AI 고민이 이미 챗봇 단계에서 한참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대답을 잘하는 AI”보다 “결정을 빠르게 돕는 AI”를 원합니다. 일정, 공급망, 생산, 고객 대응, 물류처럼 실제 비용이 걸린 영역에서는 말 잘하는 모델보다 판단을 덜 틀리게 만드는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LG가 팔란티어를 만난 건 바로 그 지점을 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뒤이어 나온 스킬드AI 일정은 더 흥미롭습니다. 구 회장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들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보고, 피지컬 AI의 산업 적용 가능성을 점검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로봇이 신기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AI가 화면 안에서 답변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서, 물건을 옮기고 사람을 돕고 현장에서 움직이는 쪽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LG는 이미 자율주행로봇을 바탕으로 서빙, 배송, 가이드, 물류 같은 영역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AI도 해보자”가 아니라 “우리 사업 중 어디에 먼저 붙이면 실제 돈이 되느냐”를 따지는 단계에 더 가깝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쉽게 말하면, LG가 AI를 멋진 시연용 기능이 아니라 현장용 도구로 더 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한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기사 마지막 부분에 나온 LG테크놀로지벤처스 방문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구 회장은 이곳에서 미래 투자 전략을 점검하면서, AI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선제적 투자로 그룹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기술 검토와 사업화, 투자 판단을 한 줄로 묶겠다는 뜻입니다. 연구는 연구대로, 투자는 투자대로 따로 가던 식으로는 AI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앞으로 대기업 AI 경쟁은 모델 이름보다 “누가 더 빨리 업무 구조를 바꾸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좋은 모델을 들여오는 건 시작일 뿐이고, 그걸 공급망·생산·물류·서비스에 어떻게 심느냐가 진짜 승부가 됩니다. LG가 이번에 실리콘밸리에서 본 것도 아마 그 지점일 겁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비교적 선명합니다. 하나는 기업용 AI가 데이터 의사결정 체계 쪽으로 더 깊게 들어갈 가능성, 다른 하나는 피지컬 AI가 물류와 서비스 현장부터 먼저 확산될 가능성입니다. 둘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화려한 데모보다 “실제 업무 시간을 줄였는가”, “사람이 하던 실수를 줄였는가”로 평가받는다는 점입니다.
오늘 이 뉴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LG 한 회사의 일정표를 보여줘서가 아닙니다. 한국 대기업이 AI를 어디서부터 돈 되는 구조로 바꾸려 하는지, 그 방향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사를 단순한 경영 행보 기사보다, 한국형 AI 전환이 어디를 먼저 겨냥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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